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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니박 Chuni Park

수묵필선과 컬러의 조화

추니박은 화가로서의 운명과 천성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리고 ‘경험과 실천’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험은 여행을 뜻하고, 실천이라 함은 엄청난 작업량을 말한다. 익히 알려졌듯 추니박은 여행광이다. 일찍이 태백산맥에서 출발해 남해안 여러 섬을 거쳐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을 샅샅이 탐방했다. 그러면서 수없이 많은 사생(寫生)을 했다. 여행은 세계를 향해 넓어졌다.

추니박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림은 먹으로만 표현 할 수 없다는 것, 즉 검은 색 먹으로만 자연-풍경 본연의 색을 담아 낼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된 것이다. 최근작에서 적극 활용된 ‘컬러’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것은 단순히 풍경과 대상을 색으로 인식한 결과가 아니다. ‘자연의 색’에 대한 진심이 담긴 표현이기 때문이다.

작업실에서 그림을 펼쳐놓고 필자와 대화를 나누던 추니박은 이렇게 말했다. “오리건에서의 작업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먹으로 그릴 수 없는 것, 그릴 수는 있지만 진실로 담아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요. 그건 바로 자연-풍경의 ‘컬러’에 대한 문제입니다. 변화하는 계절/자연-풍경을 컬러로 포착해 그리는 일은 시간을 기록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동안 동양화 기법으로 익힌 선과 점이 컬러와 결합되면서 자연과 시간에 대한 해석의 깊이가 확장됐어요. 수묵필선이 컬러와 만나면서 작업의 폭이 넓어 진거죠.”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흔히들 서양시각에서 풍경화는 현실적이고, 동양시각에서 산수화는 관념적이라고 구분지어 말하는데 짓는데, 저는 그런 나눔과 경계를 의식조차 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 두 요소 모두가 이미 제 몸 깊숙이, 뼛속 깊이 배어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제가 그린 그랜드 캐니언 풍경을 컬러로만 보면 데이비드 호크니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속에 포함된 저의 독창적인 필선을 보면 확실히 다르게 보입니다. 비교 대상이 아니죠.” 이 말은 자연-풍경 본연의 컬러를 표현하는데 검은색 먹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자각(自覺)이다. 동시에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자신의 그림에 대한 차별화와 독창성에 대한 당당함과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 원천은 ‘자유로움!’이다. 그가 추구하는 자유로움은 ‘동양화 vs 서양화’, ‘수묵 vs 채색’, ‘구상 vs 추상’이라는 구분을 넘나드는 단순한 자유로움이 아니다. 나눔의 경계 자체를 무력화 시키는 파격의 자유로움이다. 회화의 본질과 예술의 보편성을 꿰뚫는 통찰의 힘이다. 또 다른 매력의 근원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박병춘의 그림이 지닌 가치와 특수성은 바로 이런 작가적 태도에 기인한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흥을 화가 추니박은 이런 식으로 표현하며 창조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감성과 이미지의 결정체다. 관객에겐 또 다른 감흥의 대상으로 존재다. 그의 신작은 인류의 보편적 미의식을 드러내는 그림으로 각인될 것이다. 국가나 지역, 민족, 인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준희 (건국대 겸임교수)

JI OH_CHOI (최현주)

서울 도심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나에게 자연은 화분의 풀과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수였다. 자연에 대해 깊게 관찰하고, 감각하고, 사색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입학 이후 자연으로 나가 낯선 장소에서 생명의 존재를 처음으로 의식했고 마주할 때 부터였다. 나의 무감각 했던 감성은 많은 여행과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며 서서히 깨어났다.

자연에 펼쳐진 각각의 존재들은 탄생과 죽음이 반복되는 이치에 모두 순응하면서도 하나의 소우주이자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순환하고 있는 세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감싸는 거대한 세상으로 확장했다.

그렇게 나는 자연의 인연에 이끌리고 교감하는 마음의 과정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의 작업의 근간은 자연과의 교감에서부터 비롯된다.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이질적인 시공간 안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거대한 자연에서, 이름도 없는 풀, 야채, 꽃이 피어나는 작은 마당에서 무심하게 피어나고 지는 생명을 포착하고 관찰하며 생겨난 정서와 기억을 형상화 한다. 사색의 시간이 흐른 뒤 화면 안에는 작고도 거대한 세상과 내가 존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생명에 대해 고민했던 나의 흔적과 눈에 띄지 않는다고 여겼던 존재에도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순간을 전시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란다. -JI O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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