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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동 Kwon Ki Dong

그림과 생각들

2023. 5. 31 - 6. 13 BEKA GALLERY

삶의 대부분을 서울의 동쪽에서 살았다.

언젠가 까까머리 중학생이 걷던 길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 다시 걷는다.

걷는 사람도 변해가고 익숙했던 제기동 골목길도 변해간다…그리고 사라진다. (작가노트 중)

풍경은 변한다. 지워지는 풍경은 우리가 무엇이 되어 왔는가를 보여 주는 살아있는 화석, 집단 기억의 중추이다. 기억 또한 견고하지 않다. 때때로 현재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따라 이동하고 변화한다. 풍경과 공동체의 기억은 분리할 수 없다. 공동체 자체가 풍경을 만드는 힘이다.

풍경은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며 관찰자가 필요하다. 인간의 시선이 덧씌워진 프레임화된 이미지는 때때로 공동체의 희망과 상실, 믿음과 함께 한다. 오늘의 풍경을 만들어낸 동력은 결핍의 공동체가 가졌던 뜨거운 열망, 집단적 욕망의 끝없는 순환이다. 욕망은 타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근대화 과정에서 완벽한 타자로 등장한 서구는 우리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을 투사한 대상이다. 욕망의 대상을 향한 질주와 도달 불가능한 미끄러짐의 반복은 영원히 도착하지 못하고 자꾸만 지연되는 연기와 유예의 이미지이다. 욕망의 본질은 충족이 아닌 불만족의 지속이다. 작가의 시선은 마침표가 불가능한, 완결되지 못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더듬거리는 문장과도 같은 풍경 위를 선회한다.

작가가 목격한 풍경은 슈퍼모더니티가 작동하는 욕망과 고독의 모습이다. 장소이면서 장소가 아닌 곳이 있다. 관계와 기억은 증발하고 무심한 익명의 시선만이 통과하는 도시 한 복판, 상상과 현실이 교차한다. 이 공간은 우리 삶에 은밀하게 스며드는 불가해한 공백같다. 서로를 복제하며 증식하는 테마파크와 메가 쇼핑몰은 도시에 도래한 낙원일지도 모른다. 철저한 익명성과 자본의 논리를 따르는 이 공간은 구매 가능한 쾌락의 환상과 함께 우리를 자기 기만적 만족으로 천천히 마비시킨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조우하게 되는 이 섬뜩한 기시감은 장소의 기억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다. 화가는 때로는 탐정처럼, 때로는 해독자로 변신하며 그곳에 드리워진 의미들을 읽어낸다. 어느날 문득 마주치는 이 섬뜩한 데자뷰(Déjà-vu)의 환상을 따라가보는 것이다.

권기동 (權奇東, Kwon Ki Dong)

학력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 University Park, M.F.A.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개인전 1988-2023 갤러리 너트/ 갤러리 고도/ 그림손 갤러리 / 코리아나 아트센터 / 김진혜 갤러리 / 통인옥션 갤러리 / 갤러리 41 / 갤러리 이콘 등 22여회

단체전 1986-2023 국내외 140여회

작품소장

외교통상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도 미술관, Angle Homes, Art Hub

기금

2019 경기문화재단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7 경기문화재단

2012 서울문화재단

2009 서울문화재단

출판

Drawing Nowhere-권기동, 경기문화재단, 2019

리뷰

박영택, 아침 8시의 고속도로-권기동의 8AM, 그림 에세이 하루, 지식채널, 2013

박영택, 전시리뷰-권기동전, Art in Culture, 2007 6월호

김지영, ‘그린다’는 리얼리티의 확산-도시풍경을 그리는 7인의 작가를 중심으로, 현대미술관연구 18집, 국립현대미술관, 2007

Liliana M. Naydan, Fleeting Moments, Research Penn State, 2004

레지던시

2019 Scottish Sculpture Workshop, Lumsden, UK

2018 Kunstort-ELEVEN-Artspace, Starzach-Brstingen, Germany(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2015 Art Hub International Artist Residency, Kingman, Arizona,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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