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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규의 회화는 ‘실체성’, ‘본질’, ‘생명’ 같은, 오늘날 크게 취급되지 않는 철학적 난제들이 재소환된다. 이 시대의 지식 장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인식론의 수사들과 이에 들러붙은 편협한 미학의 궤도를 훌쩍 벗어나면서, 이 이야기는 지극히 하찮은 욕망적 존재로서 ‘나’에서 은하계보다 더 먼 곳까지를 두루 섭렵한다. 일상을 구성하는 물질계(입자)에서 아주 먼 곳에서 전해오는 비물질적 울림(파동)에 이르기까지, 전성규의 회화론의 지경은 드넓다. 제도화된 ‘미술관 미술(Museum Art)’의 강령들, 근대회화론이 쳐놓은 사유의 유배지로는 더는 이 이야기를 품을 수 없다. 이 회화, 작가가 명명한 ‘카오스적 파동 공간’으로서의 회화는 예컨대 편협했던 모더니즘 미학이나 한때 포스트 주의를 풍미했던 일련의 해체주의 담론으론 접근이 불가능하다.

양자물리학이 그 안에서 입자와 에너지의 파동이 넘실대고 양자의 상호적 순환이 역동하는 이 이야기로 가는 가교(架橋)를 제공한다. 고밀도로 농축된 상징과 서사의 층위가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분절되고 손상된 진선미(眞善美)의 체계를 제대로 문제 삼는 이야기다.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소통 단절을 야기해온 서구 문명과 문화가 봉착한 가장 큰 장애물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감각적 서사에 익숙한 감상자에게는 도전적인 해석자의 길로 나아가는 새로운 모험이 될 것이다.

이 세계는 두 개의 서사적 맥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마치 신체 장기(臟器)의 일환인 듯 보이는, 구불구불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들의 연속과 중첩이 있다. 대체로 푸른 색조를 띠는, 일정한 굵기를 유지한 채 캔버스 전체를 돌아나가는 그것들은 에너지의 순환이자 순환 의 통로이기도 하다. 그 통로로 인해 우주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전체, 일관성과 지향성, 의미를 지닌 살아있고 역동하는 것이 된다. 에너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고, 물질계와 비물질계 사이를 순환한다. 삶 이전과 이후의 시간적 순환, “가장 미시적이면서 동시에 우주적인” 순환이다. 전성규는 그것을 생명의 통로, 영혼과 신체가 교호하는 ‘보이지 않는 통로(hidden passage)’통로로 설명한다.

전성규의 회화에 깃든, 처음부터 현재까지 일관해온 사유는 에피쿠로스에서 몽테뉴를 거쳐 다시 디오게네스의 견유주의로 회귀하는, 항아리 속의 철학, 뒤틀린 문명의 시간을 문제 삼는 일과 관련이 있다. 에피쿠로스 철학은 원자론들의 운동과 세계의 형성을 클리나멘, 즉 원자들의 일탈 운동의 산물로 보았다. 하지만, 일탈, 미지의 원인에 의한 사고, 우연으로 인식되어 온 모든 것은 실은 한 치의 오류 없이 정교하게 작동하는, 입자 운동과 파동의 순환 뒤에 존재하는 선(善), 신의 섭리의 현상이다. 중첩된 톤 위를 자유롭게 돌아나가는 통로들로 생명의 에너지가 굽이치고, 그로 인해 인간의 것들이 소생한다. 비천한 것들이 구원의 감흥으로 전율한다.

<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 미술사학 박사) 평론 [‘먼 곳’을 소환하는 ‘좁은 길’의 사유와 회화 中에서>

전성규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후 미술학 박사 (DFA, RMIT 대학교, 호주) 하였으며 문예진흥원, 모란 갤러리, 사디 갤러리, SPAN Gallery( Australia), DeLeon White Gallery (Canada), CJ Gallery (San Diago, USA), 동덕아트갤러리, 한벽원갤러리, 렉서스갤러리, 갤러리 스페이스이노, Canadian FineArt Gallery (Canada, Toronto), 리서울갤러리, 임립미술관, Gallery d’Arte

(New York, USA), Art Gallery21, 무안군 오승우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내일신문사 갤러리, 세종갤러리, 베카갤러리 등 국내외에서 30여회 초대개인전을 가졌다. 국내외 단체전 400여회 초대되었다.

2019 올해의 작가상 (광화문아트포럼), 2019 국회의장상 (GIAF) 2010한국의 혁신리더상 (News Maker), Vision 2010 문화예술부문상 (서울신문사) 수상하였으며 현재 국립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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